생태농부 건강 칼럼/우리집 효소단식

심장에 안고 있는 '폭탄'과 의료비 부담

생활건강 연구가 2019. 2. 16. 09:35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2


  ◆ 노후파산 독후감


 현대인들은, 아프면 병원을 다니는 것을 당연시 하며  스스로 몸을 챙길 줄 모르고 있다. 그들에겐 나이가 들면 그야말로 악몽이 아닐 수없다. 노년이 되면, 여기저기 질환이 나타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병원 고객으로 살아야 한다.


 치료 받느라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건강을 잃어가는 노년의 삶은, 결국 노후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본 노인들의 노후파산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현재 한국 노인의 빈곤율, 자살율은 세계 1위다. 참담하지만, 이게 우리의 현실이고 미래다. 노인들의 이러한 위기로 몰리는 이유는, "병은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먹는다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건강이 나빠지도록 살아온 결과가 노인인 것이다.


 건강을 잃은 노인의 삶이란, 자신이 일상도 살아가기 버거운 것이다. 그 때부터 의료비 폭탄으로, 일생 모은 재산들이 둑이 무너지듯 사라진다. 우리 사회는, 돈 없고 건강을 잃는 노인들을 따뜻이 맞아주는 곳이 아니다. 그렇게 쓸쓸히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게 노년의 운명이다. 


 마트에 가보면 알지만, 안심하고 사 먹을 건강 먹거리가 거의 없다. 먹거리가 광범위하게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장바구니에 음식 담기가 바쁜게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사고로 몸을 다친 게 아니고, 잘못된 생활로 만든 병은 의사가 고쳐줄 수 없다. 생활을 고쳐야만 병이 고쳐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가 "병은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그것이 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 돈벌이 놀음임을 깨달아야 한다. 여기에 넘어가면, 병의 불씨로 이어지는 노후파산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생활건강 연구가   생태농부


심장에 안고 있는 '폭탄'과 의료비 부담


 25만원으로살고 있는 기타미 씨에게 가장 큰 부담은 의료비다. 생명이 걸린 문제라 절약할 수도 없다. 기타미 씨는 거실에 있는 선반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는 심장약과 혈압약이 들어 있었다.


 "심장이 정말 괴로워지면 이걸 혀 밑에 넣고 핥으라고 의사가 말했다오, 그러면 발작이 가라앉을 거라고."


 이렇게 말하면서 보여준 것은 '니트로글리세린'이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심장 발작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사람이 항상 소지하는 약이다. 병의 경과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통원 치료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처에 종합병원이 없는 농촌에서는 큰 병원에 다니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기타미 씨는 근처에 심장병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씩 멀리 떨어진 종합 병원가지 전철을 타고 간다.


 병원에 가는 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기타미 씼가 출발한 시각은 아침 7시 반이었다. 배낭을 매고 문단속을 한 뒤집을 나섰다. '고난의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먼저, 20분 정도를 걸어서 역에 간다. 한여름인 8월이지만 이 시간대에는 아직 공기도 서늘하고 태양빛도 약하다. 하체가 튼튼한 기타미 씨는 빠른 걸음으로 역을 향해 걸어갔다.


 "옛날에는 더 빨리 걸을 수 있었는데, 확실히 이제는 좀 힘이 드는구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을 때도 있다오." 전철이 오기까지는 아직 10분 이상 시간이 있었다. 몇 대 없는 전철이기에 만에 하나 늦는 일이 없도록 여유 있게 이동하는 것이리라. 표를 사서 계단을 올라가 반대쪽 플랫폼으로 건너갔다. 


 한 계단 한 계단을 착실히 오를 때 그전에 보이지 않았던 괴로운 표정이 드러났다. 계단을 중간쯤 올라가다 멈추고는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반대쪽 플렛폼으로 내려가 잠시 기다리자 전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등교하는 고등학생들이 있었지만 비어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차창 밖으로 고아활한 논이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는 산들이 보였다. 기타미 씨는 그런 창밖의 풍경을 지그시 바라봤다. 햇볕에 탄 얼굴을 햇빛이 비추자 주름이 더욱 선명하게 두드러지게 보였다. 무릎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은 햇볕에 타서 까맣고 쭈글쭈글했다. 오랜 기간 논에서 일한 탓이리라. 15분 정도 지나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자 기타미 씨는 "영차"하고 기운을 불어 넣으며 일어섰다.


 그러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병원에 가려면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조금 기다리자 병원행 버스가 도착했다. "전철 요금과 버스 요금도 만만치가 않다오." 교통비는 편도 6000원, 왕복으로 1만원이 넘어간다. 한 달에 25만원의 연금으로 살아가는 기타미 씨에게 의료비와 교통비는 비록 두 달에 한 번이라고는 해도 큰 부담이었다.


 자치단체에 따라서는 고령자의 교통비를 무상화한 곳도 있다. 도쿄 도에서는 도영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실버 패스'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 운영이 적자인 지방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노선 폐지가 잇따르는 게 문제였다. 물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연금 수입만으로빠듯하게 살고 있는 고령자는 점점 외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버스를 갈아타고 1분 정도 후 병원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되기 직전이었다. 전철과 버스를 기다린 시간까지 포함하면 편도에 약 1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기타미 씨는 접수를 마치고 대합실의 의자에 앉았다. 대합실에는 아직 환자가 적었지만, 의자에서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래도 늦게 오는 편이지. 일찍 오는 사람은 6시나 7시에 온다오." 이 지역에 하나뿐인 종합 병원이라 혼잡해서 몇 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다고 한다. "심할 때는 낮까지 기다린 적도 있지." 9시에 진료가 시작 되었고, 10분 정도 후 기타미 씨의 이름이 호명 되었다. 소변 검사와 채혈을 위해서다.


 기타미 씨는 "이제부터 시간이 꽤 걸린다오"라고 말하고 채혈실로 향했다. 소변 검사와 채혈이 끝난 뒤 대합실에서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어느덧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은 고령자였다.


 기타미 씨는 조용히 차례를 기다렸다. 1시간, 2시간... 그러나 여전히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3시간이 지나 슬슬 지쳐갈 무렵, 드디어 "기타미 씨, 기타미 씨"하고 원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진료실로 들어가자 의사가 소변 검사와 채혈 검사를 보면서 몸에 이상은 없는지 등을 물어봤다.


 "현재로서는 별 문제는 없습니다. 약을 계속 드릴 테니 빼먹지 말고 드세요." 불과 5분 만에 진찰이 끝났다.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5분 만에 끝... 그래도 "별 문제는 없다"는 말에 기타미 씨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날 진료비와 약값을 합쳐서 낸 돈은 4만 원있었다. 치료비는 통원 교통비와 함께 커다란 부담이다. 그래도 꼬바꼬박 병원에 다니는 이유는 만에 하나 병이 심각해져서 입원이라도 하게 된다면 입원비를 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타미 씨의 뒷모습은 피곤에 지쳐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쓰러지듯 거실의 다다미에 몸을 눕혔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돈이 든다는 이유로 도중에 다른 곳에 들르지도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래도 아침에 집을 출발해 꼬박 6시간 반이 걸린다. 이런 통워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기타미 씨는 다다미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가난뱅이는 죽으라는 건가..."  평소에는 온화한 기타미 씨의 말에서 처음으로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


 뉴스를 보다 보면 그렇게 느낀다오.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돈이 없는 사람은 점점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지." 초고령 사회를 맞이해 정부가 지속적인 사회 보장 제도를 손보고 있는 까닭에 의료와 돌봄 서비스 등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연금은 물가 수준 등을 감안 할 때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연금에 의지하며 홀로 사는 기타미 씨와 같은 고령자는 이런 힘든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기타미 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호소했다. "미래를 생각하면 죽고 싶어질 때가 있다오. 정말 죽고 싶어진다오. 하지만 죽을 수가 없어. 논이 있으니까."


 마지막에 '논'이라고 말하는 기카미 씨의 얼굴에서 씩씩함이 느껴졌다. "인생을 지켜온 논이 있으니까 이렇게 살 수가 있는 거라오." 이 말을 들었을 때, 지방에서 빈곤을 발견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풍요로온 자연이 자급자족을 가능케 해서만이 아니다. 논밭을 지켜온 자부심이 살아갈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약한 소리를 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참는다. 


 도호쿠 지방의 농촌에서는 30만 원 정도의 연금 수입에 의지하며 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드믈지 않다. 논을 포기하려 하지 않아 생활 보호를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치 단체에 따라서는 논이나 집을 소유하고 있어도 생활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곳도 있다.


 "힘들면 참지 말고 상담을 했으면..."


 기타미 씨를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기타미 씨가 소중한 논 근처에서 좀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일본 NHK 스페셜 제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