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악몽 '노후파산'
◆ '노후파산' 독후감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은 일본 열도를 뒤흔든 베스트셀러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병이 노후파산이 불씨를 지피는 이유는, 병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는 사람만 알고 있지만, 병원은 건강을 목적으로 치료하는 게 아니다. 올바른 치료란, 원인을 고쳐 병을 예방하고 완치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오늘날 현대의료는, 증상만 임시억제하는 질병관리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원인이 살아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고 영문 모르는 환자는 다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소모적인 치료에 매달리다가 건강과 재산을 탕진하는 게 환자들이다. 노인들이 건강과 재산을 잃으면, 노후파산 정도가 아니라 인생 파산이 된다. 현대의료가 건강이 아니라 질병관리 치료를 고집하는 이유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건강파산은 노후파산으로, 노후파산을 인생파산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현실이다. 이는 "올바른 치유와 건강"에 대해 하루 빨리 눈을 뜨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외면하면, 인생을 지옥으로 처박는 <건강파산>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생활건강 연구가 생태농부
병은 노후파산에 불씨를 지핀다
많은 고령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건강한 동안에는 어떻게든 된다." 다소 불편하거나 부자유스럽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순간 노후파산이 찾아온다. 우리는 어느 여성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 사실을 깨달았다.
옛 번화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도쿄도 오타 구의 지역 포괄 지원 센터를 취재했을 때였다. 역 앞 상점가를 빠져 나가니 오래된 정육점과 청과물 가계, 생선 가게 등이 나란히 늘어선 서민적인 정취의 거리가 이어졌다. 센터를 방문하자 간호사 자격을 보유한 직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이 부근에는 예전에 작은 공장이 많았는데, 그곳에서 일했던 분이 지금도 많이 살고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지금 홀로 살고 계시는 경우도 많지요."
독거 생활을 할 경우 식생활에 편중되거나 지병이 있어도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은데, 그런 상황 속에서 병을 계기로 노후파산에 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심장병에 대한 치료비 부담으로 노후파산의 위기에 처한 여성을 소개해줬다.
이미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에 생활비에도 여유가 없어서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만이라면 들려주실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에 취재를 부탁해보기로 했다.
소개받은 사람은 오타나베 노리코라는 6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우리가 처음 와타나베 씨의 집을 찾아간 때는 무더위가 계속되었던 작년 7월, 오랜만에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철제 계단을 올라 연립 주택의 2층으로 가자 문이 보였다. 그곳이 와타나베 씨의 자택이었다.
현관 앞에서 우리를 맞이해준 와타나베 씨는 "들어오세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 뒤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여기에 이끌리듯이 현관을 들어서자 2미터 정도의 복도가 나타났고, 그 끝에 방이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려고 하는데 와타나베 씨가 "양말 젖지 않았나요?"라고 무뚝뚝하게 물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대답을 망설이자 "지금 묻잖아요. 양말 젖지 않았느냐고"라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네, 젖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러면 들어오세요"라며 그제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방으로 들어간 우리는 와타나베 씨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의도를 알 수 있었다. 3평 정도의 방에는 이불이 깔려 있었다. 옷장과 마분지 상자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앉을 공간은 이불 위밖에 없는데, 젖은 양말로 이불 위를 올라가는 것은 당연히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방이 좁지요? 그래서 여기에 앉을 수밖에 없거든요. 게다가 지금의 저는 이불을 치울 힘도 없답니다." 와타나베씨는 2년 전에 심부전으로 쓰러진 뒤로 심장에서 혈액을 보내는 힘이 약해졌다. "이거 보이시나요?"라며 내민 양 손 바닥을 보니 손가락 끝이 거무스름했다. 혈액이 충분히 통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날이 따뜻할 때보다 증상이 한층 심각해진다고 한다.
"집에 있을 때는 손에 피가 잘 통하도록 항상 손을 주물러준답니다." 그녀는 말하는 도중에도 연신 손을 주무르고 있었다.
60세를 넘겨서도 계속 호텔 청소원 일을 해오던 와타나베 씨는 심부전으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일을 그만뒀는데, 퇴직 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가 연금 가입을 게을리 한 탓에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무연금' 상태가 된 와타나베 씨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예금뿐인데, 쓰러졌을 때치료비로 쓰는 바람에 현재는 약 3000만원만 남아 있었다. 게다가 이 예금에서 매달 집세 40만 원에 더해 생활비와 의료비까지 나간다. 이 점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제일 곤란한 건 병원에 갈 때의 택시비랍니다. 병원에 안 갈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기는 무리라서요." 잠깐 몸을 움직이며 걷기만 해도 호흡 곤란에 빠지는 와타나베 씨가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기는 불가능하다. 산소호흡기를 외출용 캐리어에 넣으면 5~6킬로그램은 나가기 때문에 그 무게가 팔을 짓누른다.
그것을 운반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택시를 이용해 병원에 가는 것도 위험천만하기는 마찬가지다. 연립 주택의 계단을 내려가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행동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15단이나 되는 계단을 내려가야 택시를 탈 수 있는데, 자칫 굴러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단순히 골절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병원에서 돌아와 계단을 오르는 것도 심장에는 큰 부담이 된다. 택시 요금은 왕복 4만 원 정도다. 3000만 원가량 남은 예금으로 생활하는 와타나베 씨에게 이 지출은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뼈아픈 타격'이라고 한다.
집세를 절약하고 싶다며 이사할 곳을 알아보고 있는 와타나베 씨에게도 도영 단지의 입주자 모집 전단을 보여줬다. 그러나 도영 단지는 도내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빈집이 나오더라도 현재의 연립 주택보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이사하기가 어렵다. 한편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1층이고 조건이 괜찬아 보이는 곳은 아무리 저렴해도 월세가 50만원 넘어갔다.
"지금 집세 40만 원도 힘든데 50만 원은 무리에요. 역시 아무데도 못 가겠네요...."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와타나베 시의 바람은 이뤄질 것 같지 않았다.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일본 NHK 스페셜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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