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길을 찾아/후쿠시마 원전사고

일본 방사능으로부터 밥상을 지켜라

생활건강 연구가 2018. 7. 1. 08:39



일본 방사능으로부터 밥상을 지켜라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입력 2018.06.30.

       
[함께 사는 길] 한국 정부, '과학적 근거' 제시 못해 패소하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2월 23일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WTO SPS(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WTO에 제소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한국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유출이 원인이 되었다.


2013년 8월 8일 도쿄전력은 원전 방사능오염수의 해양 유출 사실을 발표했다. 원전 방사능오염수 유출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은 수산물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내 수산업에도 큰 타격이 되었다. 결국 정부는 9월 9일 '일본산 식품 방사능 대책 및 임시 특별조치'로 △후쿠시마 인근 8개현 모든 품목 수산물 수입금지, △일본산 식품에서 미량의 세슘 검출 시 스트론튬·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 검사증명서 요구, △세슘 기준치 강화(370Bq/kg당→100Bq/kg)조치를 시행했다.


WTO 1심 패소 
        

2015년 5월 일본 정부는 한국의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와 기타 핵종 검사증명서 요구'가 WTO SPS 협정의 차별성과 무역제한성, 투명성 그리고 검사절차 조항 위반이라고 WTO에 제소했다.


WTO분쟁패널기구는 '일본산과 다른 국가산 식품이 모두 유사하게 낮은 오염 위험을 보이나, 일본산 식품에만 수입 금지 및 기타 핵종 추가 검사조치를 취하는 것은 차별성을 위반'한 것이고, '세슘 기준 검사조치만으로도 한국의 적정 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수입금지 및 기타 핵종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무역제한'을 한 것이며, '한국의 기타 핵종 검사 기준치, 수입금지 품목 등에 대한 정보 공표 누락, 일본 질의에 대한 미답변 사례 등은 투명성 위반'이라며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패널기구는 한국 정부가 자국 조치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 수입 금지와 일본산 식품에 기타 핵종 물질 추가 조사 요구 등에 대한 목적과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고, △2014년 12월 식약처가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도 후쿠시마 인근 해저토와 심층수 채취 조사를 포기하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방사능 검사 및 증거수집도 없었으며, △2014년 9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고 했지만 자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구체적 활동 내역 및 기록도 없고, 검토 활동 중단이유도 밝히지 못했으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이러한 모든 것이 '과학적 증거부족'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판정 근거로 삼았다.


한국 정부는 뭘 했나


WTO SPS 협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권리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 없이 유지되지 않아야 하고 이러한 과학적 요건은 위험평가에 근거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라도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건강상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이 SPS 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 이에 대한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사전예방조치는 ①관련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고 ②입수 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여 채택하고, ③더욱 객관적인 위해성 평가를 위하여 필요한 추가정보를 수집하도록 노력하며 ④합리적인 기간 내에 위생 검역조치를 재검토할 것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채택·유지될 수 있다(문병철·장영주, 국회입법조차서, 2013.8).


한국 정부는 WTO SPS 협정에 따른 권리와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방사능오염으로부터 자국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의 제소 이후에 우리 조치를 유지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와 위해성 평가 등의 내용을 제시했어야 했다. 한국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는데 WTO 결과를 보면 정부가 우리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근거조차 찾기 힘들다. 식탁주권을 WTO 결정에 내맡긴 게 아니라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실태조사와 방사능 위해성 평가 등을 당연히 해야 했다.


패널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한국정부는 2014년 11월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 현지까지 가서 방사능오염조사에 필수적인 해저토와 심층수 조사를 포기했다. 일본 정부의 반대로 표류수 샘플 4건과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샘플 7건만 조사하고 현지조사를 끝냈다. 일본이 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한 후에는 민간위원회 활동도 중단하고 더 이상의 조사도 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수산물 위해성 평가는 고사하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평가와 일본산 식품 규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고서 한 장도 작성하지 않았다. 승소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인하는 활동이나 다름없었다.

▲ 지난 3월 19일 '일본산식품수입규제WTO패소대응시민단체네테트워크'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에 대한 WTO 패소 판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여전히 진행 중인 방사능오염 
        

정부가 일본의 WTO 제소에 승소하기 위해 제대로 준비했다면 근거는 차고 넘쳤다. 무엇보다 규제조치의 원인이 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오염수 유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7주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방사능조사 전문단체인 'ACRO'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자료를 근거로 만든 후쿠시마 원전 사고 7주기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도쿄전력이 매일 3기의 원자로에 각각 72톤씩 총 216톤의 냉각수를 주입한다고 밝혔다. 핵연료와 직접 닿은 냉각수가 고농도 오염수가 되어 원자로 지하와 터빈 건물에 스며들어 주변을 흐르는 지하수와 섞여서 바다로 직접 방류되고 있다.


도쿄전력이 방사능오염수가 바다로 직접 방류되기 전 핵연료와 직접 닿은 고농도 오염수를 펌핑하여 부지 내 1천여 개의 탱크에 저장하고 있으나 펌핑되는 오염수는 일부다. 지하수와 섞인 방사능오염수 대부분은 바다로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부지 내 저장 고농도 방사능오염수 해결방안으로 바다 방류를 공식화함으로써 향후 방사능오염수 방출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방사능오염수 영향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6년 6월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인근 해저 및 하천 방사능오염조사보고서에서 후쿠시마현 거주지역인 미나미소마시 나이다 강에서 채취한 시료의 세슘농도는 2만9800Bq/kg으로 후쿠시마 인근 해안보다 248배 높았으며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90킬로미터 떨어진 미야기현 아부쿠마강 하구에서도 최대 6500Bq/kg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원전 인근 해저시료(퇴적토)의 세슘137 농도는 최대 127Bq/kg로 후쿠시마 사고 이전 0.26Bq/kg 대비 461배 높은 수치였다. 우리 정부가 미량의 세슘 검출 시 일본 수출업자에게 스트론튬과 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 검사 증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도쿄전력 자료를 통해 제시할 수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에는 세슘뿐만 아니라 스트론튬 삼중수소 등 다양한 핵종이 포함되어 있다.


도쿄전력은 2014년 8월 기자회견에서 매일 스트론튬 50억 베크렐(Bq), 세슘137 20억 베크렐, 삼중수소 10억 베크렐이 태평양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트론튬과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바다로 방류되기에 세슘보다 더 많은 양이 유출된다. 하지만 일본은 식품검사에서 스트론튬을 검사하지 않고 있고 원전사고 이후 식품검사법을 바꿔 방사성물질 검사항목을 세슘과 요오드 2종류에서 세슘 1종류로 축소했다.


스트론튬은 몸속에 들어오면 뼈에 흡착하여 잘 빠져 나오지 않는 물질로 5년 동안 25퍼센트만 몸 밖으로 배출되며 백혈병과 뼈암의 원인 물질이다. 한국 정부가 스트론튬 등 추가 핵종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방사능으로부터 밥상을 지켜라


방사능오염의 은폐·축소를 일삼는 일본 정부 조사에서조차도 후쿠시마현 주변 수산물 방사능오염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2016년 유통 수산물 방사능오염 조사결과 후쿠시마 인근 현에서 잡은 볼락 및 감성돔 등 다양한 수산물에서 세슘이 42~92Bq/kg 검출되었다. 2017년 상반기 조사에서도 후쿠시마 주변 현 수산물에서 세슘이 142Bq/kg까지 검출되는 등 방사능 물질이 높게 검출되었다. 일본은 식품 방사능기준치를 100베크렐로 설정한 다음 100베크렐 이하 방사능오염 식품은 안전하다며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WTO 상소심에서도 패소하게 되면 우리 식탁에도 방사능 오염 일본산 식품이 올라오게 된다. 일본 정부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100베크렐 기준치는 우리가 500그램의 생선을 먹으면 50베크렐의 세슘, 250그램을 섭취할 경우 25베크렐의 세슘 섭취를 허용하는 것이다.


 미량의 방사능은 미량만큼 위험하다.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은 외부피폭에 비해 10배에서 100배나 위험하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도 미량의 방사능오염식품이라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몸 안에서 축적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과다 피폭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 자료에서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변 현에서 기형아 출산 및 뇌출혈·소장암 등 각종 질병의 폭발적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 세계적으로 대만, 중국, 러시아 등 24개 국가가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금지 또는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WTO SPS 협정도 회원국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WTO 판정에 불복해 상소를 제기하기는 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의 무능한 대응 대책을 직시하고 방사능오염과 위해성 평가 등의 근거 마련을 위해 시민사회·국회와 함께 상소에 대응해야 한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kimhj@kfem.or.kr)

 http://v.media.daum.net/v/20180630182717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