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카오=AP/뉴시스】미국 영화배우이자 트라이베카 영화제 위원장인 로버트 드니로. 드니로는 자신이 설립한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올해 상영작으로 백신주사 반대 관련 영화 '백스드'를 선정했다가 비난이 일자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마카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드니로.2016.03.28
|
미국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지난 25일까지만 하더라도 다음 달 열리는 트라이베카 영화제에 '백스드'의 상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가, 이튿날에는 "영화제팀 및 과학계 종사자들과 재검토 해본 결과 (영화가)내가 기대했던 (백신 문제에 대한) 토론을 진척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란 믿음이 없다"는 이유로 종전 결정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영화제는 논쟁을 꺼리거나 피하려 하지 않지만 이 영화('백스드')의 특정 부분들이 우려돼 영화제 상영작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백스드'는 영국 의사 출신의 백신주사 반대운동가인 앤드류 웨이크필드가 연출한 다큐멘터리이다. 웨이크필드는 1998년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권위있는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해 학계 안팎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있다. 이 논문 때문에 한때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에게 MMR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꺼리는 움직임이 확산됐고, 그로 인해 특정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지기까지 했다.
'백스드'는 웨이크필드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내부고발 다큐멘터리'로 주장하고 있다. 내용은 웨이크필드의 1998년 논문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즉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의 영문명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인 혼합 백신 MMR백신이 자폐증과 염증성 장질환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MMR 보다는 각각의 질병을 예방할 수있는 백신을 맞으라는게 이 영화의 주장이다.
또 영화는 백신의 문제점을 통해 의약계 이권관계를 파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의 문제점에 관한 증거를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BBC,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상영작 취소 결정이 나온 후 웨이크필드 감독 측은 성명을 통해 "언론자유와 예술, 진리를 검열하는 기업이익의 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맹비난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도 외압에 굴복했다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드니로가 2002년 설립한 영화제로, 매년 봄 뉴욕 맨해튼의 트라이베카 지역을 중심으로 열린다. 개성있는 프로그램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뉴욕영화제와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작도 하기 전에 '백스드'를 둘러싼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당초 드니로가 이 영화에 큰 관심과 지지를 나타낸 데에는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둔 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학계 안팎에서는 이미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취소된 논문의 저자가 만든 '백스드'를 트라이베카 영화제가 상영작으로 선정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또다시 백신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aeri@newsis.com
출처 :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328_0013985446&cID=10101&pID=1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