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환, 에세이 '식(食)은 운명(運命)을 좌우한다'
수필가(현 남화토건주식회사 전무)
인간 생명의 근본은 음식(食)이다. 가령 어떠한 좋은 약을 쓴다 해도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게 진정으로 좋은 약은 바로 음식인 것이다. 이것은 옛날 중국에서 말하는 식약일체(食藥一體)의 원리로서, 우리말의 “밥(食)이 약이다”라고 하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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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조영환 |
그래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하는 문제는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였고, 또한 고민거리였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먹거리 중에서 무엇을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가를 고민해야 하는 선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들은 대자연의 환경 파괴를 못 본채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안일하고 무절제한 생활에 빠져 있다. 따라서 환경 파괴와 오염, 그리고 무절제한 생활로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건강·장수의 지혜가 될 수 있는 생활의 지침서가 절실히 요구되던 차에 ≪식(食)은 운명(運命)을 좌우한다≫고 하는 일본인 미주노 남보꾸(水野南北)의 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이 현대인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건강·장수를 위한 생활의 지침서와 미국 텍사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2년간 ‘소식(小食)이 장수한다’고 하는 가설 하에서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한 바 있지만, 자유식의 60%로 소식을 하면 평균 수명이 50%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렇지만 수천년 전의 중국 고전(古典)에서 복육분천수(腹六分天壽), 즉 배를 6할(60%)만 채우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고 했는데, 똑같은 내용이 서양에서는 거의 20년간 연구해 최근 밝혀졌다. 동양에서 이미 수천년 전에 천시운행과 음양오행의 심오한 원리로써 그 이론을 확립했다는 사실은 동양철학이 얼마나 심오한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이미 3천 여년 전 주(周) 나라 때에 집대성된 주역(周易)에 근거를 두고 음식(食)이 운명까지 좌우할 정도로 식생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건강·장수를 위한 식생활의 지혜를 미주노 남보꾸의 상법극의수신록(相法極意修身錄)으로 설명하고 있다.
“귀인(貴人)은 음식을 통해 천명(天命)을 얻고, 소인(小人)은 음식으로 병을 얻어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고 “무병의 상을 갖고 태어났다 해도 맜있는 음식을 즐기면 먹고 싶어서 수 없는 업병(業病)에 걸린다.”고 하는가하면 식양법(食養法)에 따라 냉온식품(冷溫食品)의 조화로서 계절식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식을 절제하고 삼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음덕이므로 식록(食祿)을 늘려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밥공기 바닥에 남아 있는 한술의 밥을 더 먹는다고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그러나 굶주리는 사람에게는 한술의 밥이 바로 생명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푼다는 것은 대단히 큰 자비인 동시에 음덕이다.
그렇지만 배불리 먹고 다른 사람에게 베푼다는 것은 속임수인 동시에 죄를 짓는 것이다. 자기의 몫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음덕으로서 복록수(福祿壽)를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주로 조식(粗食)으로 절제하면 단명의 상이라도 운명을 바꿀 수 있고, 절식(節食)으로 음덕을 쌓으면 무병장수 할 수 있으며, 음식을 절제하면 기(氣)가 열리고, 기가 열리면 운(運)이 트인다. 사람이 지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덕자(德者)가 아니고 오히려 삶의 지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석가모니께서도 제자들이 공양한 음식물에 들어 있던 돼지고기의 식중독으로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일본의 미주노 남보꾸(水野南北)가 18세에 죄를 짓고 옥살이를 했다. 그가 옥살이를 할 때 옥살이 하는 죄수와 일반 속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상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관상에 흥미를 갖게 됐고, 그가 출옥하자마자 대 관상가를 찾아 본인의 관상을 본 결과 검난(劍難:칼을 맞을)의 상이어서 1년 밖에 살 수 없으니 피난의 방법으로 스님이 되기 위해 선사를 찾아갔으나 주지 스님이 거절하는 뜻으로 1년 동안 보리와 콩만의 식사를 계속하면 입문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콩과 보리로 1년을 보내고 선사를 찾아가기 전 그 관상가를 다시 찾아갔더니 “검난의 장이 없어졌다. 뭔가 큰 공덕을 세운 모양이다.”라고 하면서 매우 놀라워했다. 그래서 식생활을 개선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더니 “그것이 음덕(陰德)을 쌓게 돼 관상까지 바뀌게 했도다.”라고 했다.
그는 그 후 관상학에 뜻을 두게 된 21세였다. 그때부터 목욕탕의 때밀이 3년, 이발사 3년, 죽은 사람 3년간 화장장의 화부로 일하며 온 몸을 발가벗겨서 나체로 관찰했다. 옛 중국의학의 진단법도 전신을 나체로 하여 본다는 사진(四診)법이 있었다.
미주노 남보꾸는 고행을 한 결과 ‘사람의 운명은 음식(食)에 있다’고 하는 진리를 깨닫게 됐다. 그가 늙어서는 황실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고 광격천황(光格天皇)시대에 큰 벼슬도 내렸다.
그런데 남보꾸 관상은 어떠한가. “키는 작고 얼굴모양은 답답하고 비좁아 대범치 못해 입은 작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고 인당은 좁고 눈썹은 엷었다. 가족도 별거 없고 코는 낮으며 광대뼈는 불거지고 이빨은 짧고 가늘다. 또 발도 작다. 그는 보기드문 빈상이었지만” 그가 사람의 운명은 음식에 있다는 큰 깨달음에 따라 그는 매일 보리 한 홉 반과 술 한 홉과 쌀로 된 것은 먹지 아니했으며, 부식을 한 가지 채소로써 한 가지 즙으로 음식을 절제하고 조심한 결과, 말년에는 가옥과 사방에 일곱 동의 창고를 갖고 있는 재산가가 됐다.
그의 관상법은 혈색기색류년법(血色氣色流年法)이라고 하는 독특한 것이기 때문에 종래의 숙명론적 관상법을 타파하고 어떠한 운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신을 모시고 수신하면서 노력한다면 운명을 전환할 수 있다고 설파한 획기적인 것이다. 관상가는 먼저 자기 인상이나 가상이 좋다하더라도 집주인이 뜻을 정하지 못하고 경영을 소홀히 할 경우는 그 집은 반드시 망하게 된다는 이치와 같다 했다.
남보꾸는 1757년 태어나 78세를 세상을 떠났지만 후세에 음식에 대해 절제하고 신중히 하며 삶의 만물이 모두 자기를 위해 쓰여지고 있다는 진리에 대한 근본을 알아야한다고 전하고 모두가 백세를 누릴 수 있는 건강·장수의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식은 운명과 분명 관계가 있다. 옛말에 그 사람 식사태도를 보면 복을 갖고 태어났는지 미리 가늠하기도 했다. 사람은 음식을 대할 때마다 마음가짐이 감사하게 먹어야 하며 주어진 밥 그릇 속이 비도록 말끔하게 다 먹어야 한다. 음식 버려서는 안 된다. 즉, 불교에서 승려가 세끼 공양(供養)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평생 먹고 살 식사량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이 식사량을 최소량으로 조절하고 이웃과 나누면 나눌수록 오래 장수한다는 논리가 필자의 소견이 머리에 적립이 된다. 배가 부른 자에게는 예술 창작이 더디다. 집필도 공복 때에 감성이 더욱 깊어서 좋은 글을 쓰게 된다. 공복 상태에서 우리의 건강을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의학적으로 근거도 있다. 따라서 소식과 단식은 운명을 바꿀만한 건강을 되찾는 것으로 알면 좋겠다.
박주하 기자 juhap@hanmail.net